복거일 作 '물로 씌어진 이름'… 항암치료와 맞바꾼 이승만의 건국 이야기
"체감 온도가 섭씨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폭염이 끓던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우남(雩南)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 합장 묘역에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3kg(총 2700여쪽)이 넘는 소설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정중하게 제물처럼 다섯권의 책을 묘소에 올리더니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상했다. 볼에는 금세 물방울이 맺혔다." 최근 소설가 복거일(77)이 자신이 집필한 대하소설을 들고 이승만(1875~1965) 건국대통령 부부를 참배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가 벚꽃이 흩날리던 2015년 4월 이승만 묘소 앞에서 '이승만과 그의 시대를 조명하는 소설을 쓰겠다'고 했던 약속을 8년 만에 실천한 셈이라고 썼다. '월간중앙'에 이승만을 소재로 연재해온 대하 전기소설을 최근 '물로 씌어진 이름(도서출판 백년동안 刊)'이라는 5권짜리 책으로 발간했다. "사람들의 나쁜 행태들은 청동에 새겨져 남는다. 그들의 덕행들을 우리는 물로 쓴다"라는 셰익스피어(1564~1616)의 시구(詩句)와 "여기 누워 있다.
그의 이름이 물로 씌어진 사람이"라는 존 키츠(1795~1821)의 묘비명에서 착안한 것이다. 허물만 들추고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젠 이승만의 '공(功)'과 '업적'을 청동에 새겨야 한다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 제목이다. 이승만 전기소설 중 1부 '광복' 편에 해당한다. 현재 해방정국을 그린 2부 '건국' 편을 연재 중인 복거일은 6·25전쟁부터 시작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내용을 다루는 '호국' 편까지 총 3부작으로 우남의 일생을 담아낼 계획이다.
'완간'을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눈치다. 작가가 고령인 점도 있지만 2012년 '간암' 판정을 받은 병력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종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개인적 신념을 드러내며 조직검사와 치료를 거부한 채 집필에만 몰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인 작가의 건강이 썩 좋은 것은 아니"라면서 "이번에 1부를 펴냈고, 2부 연재가 진행 중이지만 완간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고 밝혔다. "2012년 봄에 간암 판정을 받으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며 "이미 상당히 진행돼 치료가 쉽지 않을 것 같아 항암 치료 없이 그냥 글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많이 진행된 상태였음을 밝힌 그는 "병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됐다" 고 말했다. 이 작품은 1941년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 시기부터 시작해 '망명객' 이승만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1945년 10월 16일까지 만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을 그리고 있다. 그가 신학문을 배우고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서 '혁명가'로 이름을 알리는 1890년대부터 시작한다. 역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받아 낸 한 인물의 전기소설은 '역사소설'의 형태를 띠면서도 전쟁과 혁명으로 점철된 시대사 덕분에 '전쟁·혁명소설'의 냄새도 난다. 단순히 한 인물의 일대기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보는 창'이자, 개인사와 민족사, 그리고 인류사의 도저한 흐름에 걸맞은 대하소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팎씩 들어가는 삽화(조이스 진 그림)를 권두에 모아, 해당 권의 길잡이 겸 요약본으로 삼았다. 작가 자신의 해제와 함께 '월간조선' 편집장 배진영과 문학평론가 진형준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의 해설을 5권 말미에 실었다. 사건들을 파헤치거나 재조명한 점에서 문제작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었던 '얄타 비밀협약 폭로', 백악관과 미 정·관계 곳곳에 침투한 소련의 하수인들, 그리고 '매카시즘'으로 악명 높은 존 매카시의 재평가가 그렇다. '소련'이 좌지우지하도록 묵인하는 루스벨트·처칠·스탈린 세 사람 사이의 비밀 각서다. 비밀협약이 있었음을 폭로하기로 결심하는 이승만의 고도의 외교적 계산은 이후 △유엔군의 6·25 참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과 △'인계철선'으로 알려진 주한미군의 서울 북쪽 주둔을 이끌어 내는 일련의 과정의 데자뷔다. 결과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자유 대한민국이다. 이승만에게 제보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공산화를 막고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한 에밀 구베로라는 인물이 미국의 언론인 에밀 헨리 고브로(1891~1956)라는 사실도 최초로 언급한다. '제정 러시아의 부활'이라는 의미에서 복거일은 소설 내내 '제정 러시아' → '소련' → '현 러시아'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치체를 일관해 '러시아'로 부른다.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기관에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암약하는 미국인 첩자들이 다수 있었고, 심지어 정치와 외교와 전쟁을 이끈 프랭클린과 엘리너 루스벨트 부부, 마셜 원수-국방장관 같은 파워 엘리트들까지 러시아에 포섭당했거나 끌려다녔다고 복거일은 단언한다. 국무부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강조하는 저자. 이라고 말한 복거일은 "동아시아에서 냉전이 고비를 맞았던 1950년 초, 매카시는 혼자 힘으로 도도하던 공산주의의 물살을 막고, 위태롭던 남한의 '대한민국'과 대만의 '중화민국'을 지켜냈다" 고 평가한다. 매카시야말로 러시아 첩자들의 소굴인 미국의 심장부에서 자유세계의 방패와 창이 돼 준 고마운 인물이며, 그 위업은 전체주의 러시아와 중국이 마각을 드러내는 지금 더욱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보는 창'에서 엿볼 수 있다. 6·25의 시련 속 이승만의 빛나는 성취, 그리고 작가가 '우남의 허물'이라 단언하는 사사오입 개헌부터 1960년의 '파국을 막은' 하야까지다. 약 2세기 간의 전사(前史)로 뻗어나간다. 이승만의 삶 자체가 '역사를 보는 창'인 이유다. 우남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것으로 충분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 없이는 지금 우리 사회를 만들어 낸 역사의 복잡한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세워 놓아야 비로소 우리는 우남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 '물로 씌어진 이름'과 비슷한 시기를 다루면서 마찬가지로 역사와 인간, 지성과 예술이라는 인류사적 스케일의 묵직한 물음을 담은 문학으로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꼽는다. '물로 씌어진 이름'의 복거일이야말로 노벨 문학상감이 아니냐고 그는 반문한다. "유작이 될 것"이라 말하는 '물로 씌어진 이름'은 제1부 '광복'을 끝내고 제2부 '건국'을 막 시작한 참이다. 최전방에서 포병부대 관측장교로 복무했다.
전역 후 16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넉넉한 보수를 주던 은행을 그만둔 이유가 '오롯이 책 읽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어서였다'고. 1987년 '비명(碑銘)을 찾아서'로 문단과 독자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주요 작가가 됐다.
이 소설은 2002년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높은 땅 낮은 이야기(1988)',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1994)' 등 소설 수십 권을 출간했는데, 그의 문학은 이전의 우리 문학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대체역사소설, SF 등 상상력의 영역을 크게 확대한 작품들이었다. 그를 소설만 쓰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자유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진화생물학, 천체물리학 등을 수용한 그의 평론과 에세이는 한국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는가 하면 지식의 미개지를 탐험하기도 했다.
'현실과 지향(1990)', '진단과 처방(1994)', '자유주의의 시련(2009)', '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1996)' 등 평론집 수십 권을 출간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시집을 상자(上梓)하면서 소설가, 평론가에 이어 시까지 글쓰기를 두루 섭렵하는 대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영어 공용화' 제안으로 논란이 대상이 됐고, 원화 대신 달러를 통화로 채택하자는 견해를 제시하면서 '탈민족주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전기소설 집필을 시작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여적죄, 그리고 김정은 반인도 범죄자 고발을 주도했다. ▲ 소설가 복거일. 받은글(김두현님) 편집입니다! 2023.8.16.아띠할멈.(). jamyung820.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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