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3년의 기억 [0]
정재학(ami***) :전라도 시인 2020-04-02 08:53:16
작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태풍을 겪으면서, 재작년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염이 몰아치던 여름날이었다. 봄에 심은 나무가 뿌리 채
익어버리고 땅콩도 땅밑에서 타버렸다.
5월에 폭설이 내리고 5월에 폭우가 내리고 5월에 폭염이
쏟아지던 기억을 필자(筆者)는 상처처럼 안고 있었다.
하늘이 왜 이럴까. 태풍이 비닐하우스를 갈가리 찢어놓은
텃밭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던 날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나갔다.
아픈 상처 위에 코로나19가 찾아왔다. 마스크를 쓰고
들판을 바라봐야 했다.
올해는 꽃이 너무 일찍 피고 있었다. 새벽에는 서리가
내리고, 낮에는 더운 이상기온이었다.
작년에 근동(近洞)에는 감 하나가 열지 않았다.
우리 집 30여 그루 감나무에 단 한 개 감도 열리지 않았다.
감꽃이 필 무렵에 서리가 와서 벌이 수분(受粉)을 시키지
못한 까닭인가 싶었다.
이른 나락도 모두 냉해(害)를 입었다.
지난 3년 겪었던 농촌 생활은 상처와 아픔의 나날이었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원망할 수 없었다.
군주가 덕을 잃으면 하늘이 시련으로 경고한다는 말을
현대에서도 되씹고 있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추를 심고 가을무를 파종하고 나서, 가을배추로 무성하던
해남 들녘이 쫄딱 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었다.
그런 속에서도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보수 쪽
인사들을 탄압하고 있었다.
조사를 받던 중에 자살한 이도 있었다.
전(前) 대통령은 무려 3년째 가두고 있었다. 과거
공산주의자들의 인종청소가 떠오르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적폐로 부정 되고, 적폐를 외치는 그들은 그들의
나라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북한의 핵폐기를 가능한 일로 국민을 설득하고
있었다.
절대 그럴 리 없는 일을 그들은 확신을 갖고 말하고 있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며 사력(死力)을 다해 만든
핵을, 대화 몇 마디로 폐기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대(對)국민사기극이었다.
대북방송이 중단되고 휴전선에 정찰기도 띄우지 못하는
불법군사합의가 이루어졌다.
군 복무기간이 20개월도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무려 10년을 복무하는 북한군 앞에서 우리는 무장해제가
되는, 그런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로 가고 있었다.
북한을 탈출한 2명의 민간인이 북송되는 사건이 있었다. 북송
이유가 살인자라는 것이다.
북한의 발표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들은 북송
즉시 사형되었을 것이다.
탈북민 말보다 북한을 믿는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진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사건이었다.
자영업 줄폐업이 시작되었다. 최저임금을 올리자, 경영난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비극이었다.
소비자들도 죽을 맛이었다.
최저임금이 만원으로 오르자, 전통시장에서도 만 원 이하를
구경할 수 없었다.
나물이나 채소 종류 외에 어류는 만 원 밑으로는 거래도
하지 않았다.
역시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외교는 망신살이 뻗치고 있었다.
동남아에서 타국의 언어로 인사를 한 일부터 방문록에
대한민국을 '대한미국'으로 쓰는 일까지,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외국정상 앞에서 A4를 들고 읽고 있던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미투사건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었다.
안희정의 비서 성폭행이 불러들인 미투운동은 문화계로
연예계로 번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때 비로소 운동권으로 시작되는 좌파의 도덕적
이중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국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었을 때, 우리는 그
가족들의 치졸한 이중성을 분노로 지켜보았다.
평소 도덕성의 우위를 주장하면서, 공정과 평등을 입에 달고
살던 이들의 정체를 보았다.
구토가 치미는 일이었다.
시대는 변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새삼 깨닫고 있었다.
위선과 거짓말, 그리고 낯 뜨거운 일을 벌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자들과의 3년이었다.
우리는 경제부터, 외교, 국방까지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날들을 무려 3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표를 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앞으로
2년을 더 이렇게 더 살자는 것이었다.
총선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개돼지 국민인가, 아니면 진정한 대한민국
사람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날이 될 것이다.
하늘은 오늘도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인정승천(人定塍天)이라 하였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정할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난 뒤, 필자(筆者)는 토란 밭을 일구러 나갈
것이다.
삽을 들고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2020. 4,2 전라도에서 시인 정 재학